청소년 회복센터 24시 <상> 부산 1호 센터 ‘둥지’

- 함께 생활하는 10명의 ‘딸’은
- 보호처분 받은 경범죄 소녀들
- 비록 한 혈육은 아니라지만
- 식탁 앞에선 가족이고 가정

- 미약한 국가·사회 안전망 속
- 보조금·후원 의존 힘겨운 운영
- 가계부만 보면 한숨 나오지만
- 고마워요 한마디에 가슴 따듯

가벼운 범죄를 저질러 법원의 보호 처분을 받은 비행 청소년들을 돌보는 곳이 있다. 청소년 회복센터(사법형 그룹 홈)는 이런 청소년들의 ‘아빠와 엄마’, 나아가 그들에게 ‘가정’이 돼 주는 소중한 보금자리다. 누군가가, 그것도 개인이 해야 할 일이 아니다.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이곳의 ‘아빠와 엄마’는 열정페이는커녕 오로지 신념과 희생으로 이들을 돌보고 있다. 부산지역 청소년회복센터 24시를 통해 국가의 역할을 재조명한다. 시작은 부산 1호 센터 ‘둥지’다.

 

청소년회복센터 ‘둥지’의 저녁 모임 시간. 보호처분을 받아 ‘둥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여성 청소년들이 한 데 모여 일기를 쓰고 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전화로 종일 사정하는 아빠

부산 금정구 금샘로에는 6개월마다 딸이 생기는 특이한 2층짜리 단독주택이 있다. 그런 딸이 무려 10명이나 된다. 법원의 보호 처분 중 가장 낮은 1호 처분인 6개월 이내 감호 처분을 받은 여성 청소년이 찾아오는 ‘둥지’라는 곳이다.

1층에서 딸 10명이, 2층에는 딸 2명과 아들 2명이 생활하고 있다. 청소년회복센터 둥지의 센터장이자 이곳의 ‘아빠’인 향유옥합교회 임윤택(50) 목사의 하루는 지인과의 통화로 시작된다. 통화 내용이 거의 사정조이다.

 

오늘은 아는 형님의 친구인 치과 의사가 대상이다. 1층의 딸 가운데 2명이 충치로 신경치료에 보철치료까지 받아야 하는 데 도와 달라는 내용이다. 아빠의 표정이 밝아졌다. 통사정에 성공한 듯했다. 전날 쌀까지 후원받아 비축했으니 마음이 놓일 법도 했지만 이번에는 롱패딩 점퍼가 문제다. 집으로 ‘외출’을 나갔다 온 딸들이 롱패딩 점퍼를 입고 들어오자 집으로 외출할 수 없는 다른 딸들을 다독이기 위해서다. 이 와중에 특정 브랜드와 디자인까지 요구하는 철없는 딸들이지만 아빠는 이런 딸들이 눈에 밟힌다.

롱패딩 점퍼 탓에 이달 지출 예산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는 아빠의 옆에서 엄마의 한숨 소리가 깊어진다. 이 딸들을 한 달 동안 돌보는데, 그것도 숙식비를 통틀어 법원은 딸 1인당 매달 50만 원을 교육비로 보조해준다. 임 목사가 법원에서 받는 이달 국선 보조인 수당 180만 원에 둥지 센터로 들어온 후원금 34만 원까지 더해보니 임 목사네 가족 16명의 이달 예산은 714만 원이다.

■가계부만 보면 한숨

다음 날 오전 이곳의 ‘엄마’ 김은미(45) 씨는 딸 4명을 동반하고 전날 아빠가 통화했던 치과 의사를 찾아갔다. 치과에 딸 2명을 데려다준 엄마. 이번에는 피부과를 찾아가 딸 1명의 진료 접수를 마친 뒤 남은 딸 1명과 함께 산부인과로 향한다. 딸들이 진료를 받는 동안 엄마는 장보기에 나섰다. 오늘 장보기 예산은 20만 원. 14명을 먹일 나흘분 국거리를 사니 벌써 12만 원이 훌쩍 넘었다. 아끼고 아꼈는데 말이다. 맹국을 끓일 수도 없고, 난처하다. 결국 귤을 포기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2층의 우리 아이들과 1층의 아이들 식단을 달리할 수도 없잖아요. 비록 혈육이 아니라고 해도 식탁 앞에서는 가족이고, 그래야 가정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거잖아요.” 역시 ‘엄마’였다.

주택 융자 비용과 전기료, 수도료 등까지 제하고 나니 지난달 이들 부모의 수입은 정말 넉넉하게 잡아도 140만 원 상당. 두 명이 국가가 방치한 아이 10명을 자발적으로 한 달 내내 돌본 대가다. 이들에게 열정페이라는 표현도 과하다. ‘페이’라는 단어조차 민망한 수준. 올해 최저임금 월 환산액(1일 8시간 근무 기준, 157만3770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밤 9시 한 데 모여 일기를 쓰던 아이들에게 센터 생활에 관해 물었다. 철없는 아이들은 아빠의 심정도 모른 채 이구동성으로 “추운 날에는 떨면서 잘 때도 있다. 배고프다. 먹을 게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엄마’가 알면 혼낼 테니, 못 들은 거로 해주세요”라고 말한 뒤 박장대소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아이들이었다. 아빠는 상처가 제법 컸을 법도 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2층으로 향했다.

스마트폰 가계부를 쓰던 엄마에게 아빠가 한 달 전 출가한 ‘미정이’의 편지를 건넨다. 이따 읽겠다고 편지를 한쪽으로 밀어내자 아빠가 이를 들고 낭독했다. 건성으로 듣는 듯했던 엄마의 얼굴에 조금씩 미소가 생긴다.‘목사님’과 ‘사모님’으로 시작한 미정이의 편지가 “6개월 동안 돌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엄마, 아빠 사랑합니다”로 마무리되자 엄마의 눈가가 촉촉이 젖었다. 이렇게 부모의 하루, 둥지의 하루는 끝났다. 후원 문의 사단법인 ‘보물상자’ (051)923-1001.


※청소년 회복센터

가벼운 범죄를 저질러 법원의 1호 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이 생활하는 ‘가정’이다. 보호 소년들이 가정 해체 등 열악한 환경에 내몰려 다시 비행을 저지르는 점을 안타깝게 여긴 부산가정법원 천종호 부장판사가 주도해 2010년 경남 창원에 처음으로 만들었다. 2016년 청소년 복지지원법이 개정되면서 ‘청소년 회복 지원 시설’로 법률상 공식 인정됐고, 현재 전국 20곳이 운영 중이다. 하지만 지난 연말 센터 지원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가 막판에 제외됐다. 정부가 센터에 지원하는 예산은 ‘0’이다.

송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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